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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이것저것 쓰기

육아는 편안하게, 그리고 정신 차리고를 동시에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by 수수해서 2023. 2. 8.

저는 지금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습니다.

몇몇 테이블 넘어에 한 엄마와 미취학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와서 자리를 잡네요.

저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스마트기기에서 나오는 음성이 테이블 넘어 제 자리까지 들려옵니다.
오전이라 사람이 많지도 않으니 그렇게까지 소음에 신경쓰지는 않아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조금 이따가 아이가 더듬더듬 영어로 따라 읽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 하고 자연스레 그쪽 테이블을 보게 되었는데,
매의 눈으로 아이를 내려다 보는 엄마의 옆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제 마음이 괜히 움츠러들더라고요.

혹시 내가 내 아이 공부할 때 저런 눈으로 쳐다보는 것은 아니겠지?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아이 공부 봐줄 때 거울이라도 갖다 놓고 확인해 봐야겠어요... 저런 얼굴이라면 너무 무섭
ㅠㅠ)

남자아이인데도
엄마가 시키는 대로 조금의 반항도 없이 고분고분하는 게 기특...하다기보다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집 사정이다...라고 생각하려고 하는데

엄마가 낮은 목소리로

열심히 하지 않는 거 같다.
자세가 좋지 않다.

고 말하는 게 들려 또 나도 모르게 흠칫 놀라며(저는 왜 이런 것에 심장 뚝 떨어지듯이 놀라는지 모르겠습니다...) 엄마 얼굴을 보게 되었는데

표정에 온기나 웃음기가 하나도 없어서
지금 저 얼굴로 세상에 있는 어떤 나쁜 말을 해도 어울릴 것 같은 표정이더라고요.

조금 이따 글씨 쓸 때는

누나보다 잘 썼다.

라고 칭찬해 주더라고요...
(칭찬으로 할 말이 누나랑 비교하는 말밖에 없었는지...)

긴장감으로 팽팽한 기운이 맴돌아서 내내
(남의 테이블) 신경쓰다가ㅎ;
학습이 다 끝났는지
엄마는 통화를 하기 시작했는데,
아이는 계단으로 다다다 뛰어내려갑니다.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저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아이를 따라갑니다.
얌전한 아이라 사고치고 그럴 것 같아서가 아니라, 계단 쪽으로 가면 위험할 것 같아서...(인데 내가 엄마도 아닌데^^; 이런 오지랖...)
근데 엄마는 고개를 돌려보는 미동도 없이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아까 본 표정이 너무 차가웠어서

공부가 끝났으니 너한테 볼일을 다 봤다.
라는 건가?라는 과장된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사랑은 강력한 힘을 가져서
놀랍고 아름다운 일을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강력하게 무지비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인지
사랑이라는 이름을 뒤집어 쓴 욕망인지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무의미합니다.
전혀 다른 듯이 보이지만 눈깜짝할 새에 타임슬립한 것처럼 바뀌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을 일부러 꺼내서 해봅니다.

인간이 인생에 있어 가장 힘이 세고,
오만방자해지기 쉬운 때가 언제인가?

아마 30대나 40대.

20대는 신체 건강하고, 패기와 열정은 넘칠지언정
, 학생 또는 취준생, 사회초년생이기 때문에 미숙하고, 경제적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자신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30대나 40대엔

건강도(신체도 뭐 한두 군데쯤 안 좋긴 해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고
사회생활 경력이 쌓여 적당한 직책을 맡고 있어 인정받습니다.
연애든 인생이든 꽤 경험을 많이 해서 다 알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미혼은 미혼대로의 삶을 즐기기도 하고
기혼은 기혼대로의 삶을 바쁘게 지내기도 하면서 안정된 삶을 누립니다,
남한테 기대거나 도움을 받을 필요없고
혼자라도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죠.

인생에서 남에게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때는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태어나서 성인으로 자랄때까지 20여 년의 기간,
중년 이후의 길고 긴 노년을 모두 제외하면

인생에서 고작 2,30년 정도.
딱 3,40대 정도가 남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때지요.

(그러나 좀더 정확히 들여다보면
남의 도움은 필요없어. 난 혼자도 가능해.가 아니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영유아, 미성년, 노년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힘이 있는 사람인까요.)

가장 힘이 센 때에
힘이 약한 사람을 대하는 방식으로,
본인이 약해진 때에
그대로 대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지금 30대 후반에 7살아이를 쳐다보는
그 눈빛 그대로
6,70대에 돌려받는다고.

아직 어리니까 말도 안 듣고 귀찮고 챙기기 힘들긴 해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안아주고 같이 웃어준 부모는

나중에 자녀가 자라 성인이 되어도
나이든 부모가 자기 말도 잘 안 듣고 귀찮고 챙기기 힘들긴 해도 고마워 하는 눈빛으로 쳐다볼 거라 생각해요.

그냥 무심결에 던지는

너 이렇게 말 안 들을 거면 나가

내가 너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

한 번만 더 해봐 아주 그냥

엄마가 지금 세 번 말했다? 한 대 맞자.

이런 말을 30대 성인이 70대에게 한다고 상상을 해보면 저 말들이 어떤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더 많이 안아주고,
같이 웃고,
같이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내봅시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내 자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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